이끼 토양 생물다양성은 ‘촉촉함’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수분 유지부터 탄소 입력, 미생물 활성, 영양 순환, 정착 안정화까지 5단 메커니즘으로 현장 해석법을 정리합니다.

이끼를 보면 많은 분이 “아, 그늘이구나”로 끝냅니다. 그런데 생태복원 현장에서 이끼는 장식이 아니라, 표토(topsoil)에서 벌어지는 생물 활동의 조건을 바꿔버리는 층입니다. 특히 이끼 토양 생물다양성은 이끼가 만들어내는 미세환경(microclimate)과 먹이망(food web) 변화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번 글은 이 관계를 ‘감’이 아니라, 현장에서 설명 가능한 5단 메커니즘으로 분해합니다.
1단: 수분 유지(Water retention)로 활동 시간을 늘린다
이끼층은 표면에 물을 “가둬두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이슬·안개·약한 강수로 젖었다가 천천히 마르며, 표토가 완전히 바싹 마르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토양 생물의 핵심은 “물이 많다”가 아니라 “활동 가능한 시간이 길다”입니다. 미생물은 건조가 심하면 활동이 급격히 떨어지고, 미소절지동물도 표면이 너무 마르면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이끼가 깔린 표면은 이 활동 시간을 늘려주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2단: 탄소 입력(Carbon input)으로 ‘먹이’를 만든다
이끼는 낙엽처럼 큰 유기물을 떨어뜨리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유기물의 원료를 공급합니다.
낡은 이끼 조직, 미세한 파편, 이끼 사이에 쌓이는 먼지·부유물은 시간이 지나며 분해 가능한 유기물(organic matter)로 축적됩니다. 이때 표토의 “먹이”가 생기고, 그 먹이를 가장 먼저 쓰는 집단이 세균·균류 같은 분해자(decomposer)입니다.
즉, 이끼는 토양 생물다양성을 직접 늘린다기보다, 먹이망이 유지될 연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 미생물 활성(Microbial activity)이 커지며 먹이망이 두꺼워진다
탄소 입력이 생기고 수분 리듬(wet-dry cycle)이 안정되면 미생물의 분해 속도와 총량이 달라집니다. 미생물이 늘면 그 미생물을 먹는 원생동물·선충(nematodes) 같은 미소동물이 따라붙고, 미소절지동물(진드기·톡토기 등)도 서식처로 이용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끼가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표토 생태계가 얇은 단층 구조에서 다층 구조로 바뀌는 조건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장에서 관찰되는 이끼 토양 생물다양성 변화의 핵심 축 중 하나입니다.
4단: 영양 순환(Nutrient cycling)이 바뀌어 정착 조건을 만든다
미생물과 분해자 활동이 늘면, 유기물이 무기화(mineralization)되어 식물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되는 속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흔한 오해가 있습니다.
“이끼가 많으면 비옥해진다”는 단정은 위험합니다. 어떤 현장은 과습으로 산소가 부족해 분해가 느려지고, 특정 균류만 편중되어 오히려 식생 정착이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는 “좋아진다”가 아니라 **‘순환 방식이 바뀐다’**로 이해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악취·과습 흔적·표면 점질화 같은 신호를 함께 봐야 원인 진단이 됩니다.
5단: 정착 안정화(Establishment stabilization)로 다음 천이를 돕는다
이끼가 자리 잡으면 표면 유실(soil erosion)을 줄이고, 미세한 유기물과 수분을 유지해 종자 발아와 유묘 정착(seedling establishment)의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정착이 안정화되면 초본·관목·교목으로 이어지는 천이(succession) 레일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반대로 표면이 계속 쓸려 내려가거나 물길이 집중되면, 이끼도 토양 생물도 동시에 불안정해지는 패턴이 나옵니다.
한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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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늘어도 “무조건 좋은 현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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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끼가 만든 수분·탄소·미생물 조건이 바뀌면, 토양 생물다양성의 무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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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 https://species.nibr.go.kr/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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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끼 한 장이 토양 생태계의 스위치를 어디서 켰는지 보이기 시작하면, 현장 해석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다음 글도 같은 축으로 차근차근 쌓아봅시다.